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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슈퍼히어로 만화 속의 과장되고 뒤틀린 인격의 등장인물들이 지금 당장 현실 세계 어딘가로 튀어나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은 진지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였다더욱이 그런 와중에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개성은 극대화하는데 성공한것 같다. 심지어 팀 버튼의 배트맨보다 원작에 더 가깝지만, 필요하면 원작의 설정을 과감히 포기하기도 했다.

배트맨은 배트 케이브와 웨인 저택이 전작에서 라스 알 굴 탓에 파괴되어 웨인 기업의 빌딩 펜트하우스에 거주하고 배트맨 활동도 배트 케이브가 아닌 고담 시내의 위장된 지하시설에 출동하는 모습이 나오며 악당이 해외로 가서 숨으면 해외로 쫓아가서 잡아오기도 한다.

 

배트맨 비긴즈이후 1년 가량 배트맨 생활을 했지만 자신이 범죄를 대하는 태도를 시민들이 잘못 받아들여 배트맨 코스튬을 입은 자경단이 총을 들고 날뛰고, 거듭된 싸움에 지치고 부상을 입은 모습으로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정의로운 검사인 하비 덴트에게 기대를 걸수있고 합법적으로 고담 시를 정화해나갈 이 새로운 영웅을 도와주려 한다. 조커는 원작의 진의를 알 수 없는 미치광이 광대에서 인간 세계의 모든 진지한 가치를 비웃는, 심지어 자기 자신이 죽는 것조차 웃음거리로 여기는 혼돈의 화신으로 그려진다.배트맨이 믿는 가치인 정의와 불살을 망가뜨리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데 특히 배트맨이 정면에서 배트포드로 치어버릴 기세로 맹렬하게 돌진하자 어서 죽여보라면서 사납게 고함치는 장면은 그러한 구도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며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본인이 죽을 상황임에도 진심으로 기뻐하며 광소한다.

 

또한 경찰서에서 네가 나를 완성시켜 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결국 자신을 감정적으로 두들겨 패는 배트맨을 보고 도리어 비웃는 장면등은 이런 개성을 더욱 사실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네가 나를 완성시킨다는 조커의 말은 반대로도 적용되는데 즉 조커의 수작에 의해 배트맨은 고담의 일반 시민인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밤의 자경단이자 영웅 배트맨으로 완성되는 구도가 이루어진다.

 

영화 다크나이트 포스터 사진

설명

영화의 대립 구도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과 검사 하비 덴트 그리고 이에 맞서는 조커로 볼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또 초반부터 배트맨과 투 페이스 그리고 조커의 삼각구도로 나타난다. 특히나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의 연기력이 너무나 출중하여 모든 초점이 조커에게 향해 초반부터의 배트맨과 하비 덴트의 대칭이 잘 살아나지 않지만 초반부터 조커의 등장까지 배트맨의 모든 관심사와 대칭점은 하비 덴트였다. 하비 덴트 자체도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며 둘 사이에는 언제나 레이첼이 끼는데, 전편에서 배트맨을 그만둘 때 진짜 연인이 되어 주기로 했던 약속에서 배트맨도 그렇게 자유롭거나 떳떳하지 못한 것이 드러난다.

 

확실히 장면들이 연결되고 연속적으로 보여서 쉽게 캐치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알프레드가 지적한 것처럼 배트맨이 초창기부터 하비 덴트에 집착한 이유는 단지 하비 덴트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왠지 배트맨이 덴트를 감찰하는 카메라에는 레이첼이 찍히고 덴트와 레이첼이 데이트하는 레스토랑에는 배트맨도 등장한다. 배트맨을 그만두고 진정한 빛의 기사에게 배트맨이 대표하던 희망의 메시지와 악의 징벌자를 물려주겠다는 것은 분명 큰 대의지만 사실은 아름답다고 할 수만은 없는 배트맨의 결정과 심정을 대변하는 씬이 후원 파티 씬이다.

 

레이첼이 지목한 것처럼 정말 아낌없이 후원하려 했지만 비꼬는 본색이 드러난 그 상황에서 배트맨은 다시금 레이첼에게 약혼이 유효한지 확인한다.악인에게 번개와 천벌을 내리고 선인에게 복을 내리는 절대자가 아닌 인간 히어로의 한계그런 배트맨의 한계를 조커도 확인한다. 레이첼에게 갖는 집착 아니 사랑이라는 감정을 확신한 조커는 배트맨에게 하비 덴트와 레이첼 간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끝없는 혼돈으로 고담 시 전체를 흔들어 놓던 조커의 영향은 배트맨에게도 전이되는데, 끝끝내 하비 덴트로 치환되는 대의와 레이첼이라는 개인에서 배트맨은 레이첼을 선택하여 대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혼돈의 끝을 달리게 된다.

 

그리고 자기 앞에 일방적으로 나타난 대의와 강제로 포기된 개인의 가치에서 두 남자는 극적으로 치환되며 그 대칭이 크게 드러난다. 둘 다 레이첼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믿으며 그 죽음에 괴로워하지만 배트맨은 하비 덴트의 슬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슬픔을 승화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반면 슬픔에 미쳐 타락한 덴트는 결국 그 광기를 모두에게 향하는 괴물이 된다. 똑같은 선상에 놓인 두 히어로는 극명한 대척점을 지니며 분명한 대립관계를 표출한다.

후반부의 페리 인질극에서 보여주는 시민들과 범죄자들 간의 갈등도 눈여겨볼 점이다 양측 다 결국 폭탄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 결말로 이어졌으나 그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일단 시민들은 투표에서는 스위치를 누르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역설적이게도 시민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범죄자들이 폭탄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양심상 나서서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

 

이에 처음부터 스위치를 누르자고 주장한 남자가 손 더럽히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말하며 자신이 폭탄을 기폭시키려 하나 그 역시 끝내 기폭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폭탄을 내려놓은 채 자리로 돌아간다. 즉 시민 측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양심 덕분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지 않았다

한편 범죄자들은 범죄자들대로 난리가 난 와중에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흑인 죄수가 간수에게 다가가 당신이 10분 전에 내렸어야 할 판단을 내려주겠다. 위에는 강탈당했다고 말해라 하며 기폭 스위치를 작동할 듯이 말하고 가져가더니 망설임 없이 창 밖으로 던져버린다.이를 본 다른 죄수들은 잠시 허탈해하는 반응을 보이다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는 작중 초반에 은행장이 한 범죄자들에게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도덕과 신조가 있다는 말을 훌륭하게 증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느낀점

마이클 케인이 히스 레저의 연기를 칭찬하면서 자신의 대사를 까먹을 정도였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이는 와전된 것인것 같다. 마이클 케인은 조커가 배트맨을 사칭하는 자를 잡아 녹화한 비디오가 TV에 방영되는 것을 크리스찬 베일과 같이 보는 장면에서 그의 연기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작은 화면에서 그의 연기를 볼 때도 놀라웠는데 파티장에 난입하는 신에서 처음으로 실제 그의 연기와 대사를 듣게 되면서 크게 감탄했다